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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소식지 2022 Vol.4_2021 Y 아티스트프로젝트: 유머랜드주식회사] 삶과 예술 사이 어딘가의 웃음

행복, 슬픔, 회한 같은 감정의 파고로 메워지는 삶의 틈새에서 웃음은 비스듬히 솟아난다.

인간은 일생 동안 대략 50만 번 웃는다고 한다. 우리는 왜, 언제 웃는가. 웃음이란 무엇인가. “일정 조건이 만족될 때 15개의 안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움직임”이라는 과학적인 수치만이 웃음의 표면적인 현상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 웃음은 셀 수 없이 많은 원인들로부터 유발되는 불분명한 행위다. 유머라는 공통의 사회적 코드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웃음도 있고 완벽하게 개별적인 웃음도 있다.

사랑이나 애도와 마찬가지로 웃음도 형이상학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희극을 “보통인 이하의 악인을 모방”한 것으로 정의했다.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은 “생명에 덧붙여진 기계적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것이자 언제나 다른 사람의 지성과 접촉을 통해서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웃음을 정의하려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말로도 웃음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작가의 창작 행위와 웃음은 많은 지점을 공유한다.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 기획전 〈2021 Y아티스트프로젝트: 유머랜드주식회사〉에는 다섯 명의 30대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에게 유머와 작업은 삶과 예술 사이에서 떠다니며 일상을 추동하는 것이자 타인의 실존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회적 행위에 다름 아니며, ‘젊은’ 미술작가로서 살아내고 있는 삶 그 자체이다. 작업이라는 창작행위와 웃음은 사회적 약속에서 비롯된 언어 위에서 각자의 개별적인 상황을 덧입는다.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은 좌절이라는 공통의 인생 그래프를 경험한다. 물기가 마르듯 처연히 사라지는 작업이라는 행위, 그럼에도 여전히 90세까지 작업을 하겠다는 열망과(〈천천히 미술을 그만둔다〉), 돈도 없고 자유도 없지만 연인의 온기로 몸을 덥히며 살아가는 젊음(〈서로를 녹이는 입김이 있다네〉)이 공존한다. “경제의 규격에 욱여넣지 못한 잉여의 마음”으로 미술을 하는 이준용처럼 우리 모두는 열패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없이 무언가를 열망하는 자기모순적인 삶의 굴레에서 허덕인다.

김영규는 온라인 1타 강사 ‘미술왕’으로 분해 《연봉 1억 미술작가 되는 법》을 출간했다. 미술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유명 연예인의 포스팅 한 번에 작품의 운명이 바뀌는 이 시대, 여전히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보내는 그의 헌사다. 장종완의 작업은 전통적인 회화의 문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숭고한 신화와 종교를 B급 이미지로 치환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성스러운 빛이 비추는 숲 속에서 두 남자는 바나나로 변한 손을 포개고(〈로맨틱 바나나〉), 아마도 인간의 수렵활동으로 인해 거죽과 발톱만 남았을 곰은 고요한 자연이 박제된 풍경화를 찢으며 말한다. “제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세요.” 빼앗긴 터전에 대한 곰의 짜증스러운 갈망은 손 인형극을 촬영한 영상 작업 〈예스터데이〉에 등장하는 작은 털복숭이 동물의 한숨으로 연결된다. 후회와 걱정으로 점철된 것 같은 이 작은 존재의 고뇌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반면 최수진의 웃음은 충만한 색의 향연에서 비롯된 총체적 감각의 절정으로 나타난다. 작가가 회화를 다루며 사용하는 색채는 의인화되어 무지개와 같은 인물의 배열로 펼쳐지고, 캔버스 속에서 북적이고 웅성거리는 이들의 삶은 빛과 환희로 가득하다.

이승희의 설치작업은 그가 해외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설명할 수 없었던 막연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우리’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식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설치작업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으로 풀어낸 ‘우리’, 사회라는 약속의 공간 속에서 나와 타인을 가르는 경계로서의 ‘우리’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의 유머를 감지하고 관객에게 웃음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작가들의 웃음은 때로 공중으로 흩어지는 자조적인 실소로 읽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예술을 지속하게 하는 순수한 생명력에 다름 아니다.

 * 앙리 베르그송 지음·정연복 옮김 《웃음-희극성의 의미에 관하여》 문학과지성사 2021 p.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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