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든 지 두 시간 후면 눈이 떠진다. 머리는 몽롱한데 정신은 점점 또렷해져서 내가 무슨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났는지를 도망갈 곳 없이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20년 전 할머니가 갈색 치마를 입으시고 소파에 앉아서 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아주 사소한 일을 해도 “아니나…정말 잘했구나” 이북 사투리로 말씀하시던 그 모습과 얼굴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얼굴은 내 잠을 깨워 흔들고 뜬눈으로 죄스러워하며 밤을 지새게 한다.
나이를 먹는 것은 늙음과 죽음의 실체를 가까이서 자주 목격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그것에 적응하기 힘들고 앞으로 나에게 필연적으로 닥칠 이별들 역시 이미 외면하고 싶다.
피를 나눈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이 먼저 떠나면 나 역시 언젠가 세상에서 사라질 존재라는 유일하고확실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죽음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을 상한 음식을 꺼리듯이 멀리하고 싶다.
죽음 앞에서마저 자신의 반드시 찬란해야만 할 미래를 덮어놓고 긍정하는 것, “나만” 당연히 잘 살아야 한다는 확신, 너무 좋은 것들만을 추구하는 것,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내뱉는 오만한 말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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