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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시아 아트 허브로의 도약

    키아프·프리즈의 성과와 과제   I. 키아프, 프리즈의 동행과 2025년의 성과 매년 가을이 되면 전 세계 유수의 기관, 갤러리,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들은 약속한 듯 서울에 몰려든다. 프리즈 서울 2025와 키아프 서울 2025(이하 프리즈, 키아프)가 서울에서 공동 개최된 지 올해로 4년째1) 24회를 맞은 키아프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4회를 맞은 프리즈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다. 프리즈에는 28개국 121개의 갤러리가, Continue reading

  •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국립중앙박물관) 리뷰_KTX 매거진 2025.2월호

    나무를 베니 남산이 붉게 물들었고/ 불을 피워 연기가 해를 가렸네 청자잔을 빚어 내고/ 열 가운데 하나, 빼어난 것을 골랐구나 선명하게 푸른 옥빛이 반짝이니/ 몇 번이나 매연 속에 묻혔던가 영롱하기는 수정처럼 맑고/ 단단하기는 바위와 견줄 만하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하늘의 조화를 빌려 왔나 보구나 가늘게 새긴 꽃무늬는/ 묘하게 정성스러운 그림 같구나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중에서 고려 Continue reading

  •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아트선재센터) 리뷰 _ KTX 매거진 2025.1월호

    인간이 질병과 전쟁 등으로 존재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반대로 지구는 상처를 회복했다. 코로나 19가 지구를 점령했을 때, 전세계적으로 대기 오염 물질과 탄소 배출량이 급감하면서 인도의 뉴델리 시민들은 몇십 년만에 대기오염 없는 맑은 하늘을 보았다. 인적이 드물어진 영국의 해안 도시에는 산양 떼가 내려와 거리를 활보했다. 지구에 잠시 세들어 사는 인간이 빠른 속도로 지구를 좀먹어가는 상황에 대한 Continue reading

  • 필멸의 존재들

    잠에 든 지 두 시간 후면 눈이 떠진다. 머리는 몽롱한데 정신은 점점 또렷해져서 내가 무슨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났는지를 도망갈 곳 없이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20년 전 할머니가 갈색 치마를 입으시고 소파에 앉아서 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아주 사소한 일을 해도 “아니나…정말 잘했구나” 이북 사투리로 말씀하시던 그 모습과 얼굴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얼굴은 내 잠을 깨워 흔들고 뜬눈으로 죄스러워하며 Continue reading

  • [좌담] 신재민의 회화적 몸

    2024 예술경영지원센터 신진작가지원사업_신재민 일시: 2024.6.22 3pm 장소: 플레이스막 2 참석자: 신재민(작가), 문소영(프로젝트 사루비아 큐레이터), 염하연(전 월간미술 기자) 염하연(이하 염) 전시나 작업을 말과 글로 설명할 때마다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구태여 포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이 좌담은 그런 난감함에서 조금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문소영 큐레이터님, 신재민 작가님과 작업에 대한 생각을 Continue reading

  • 정유진 <해류병> (시청각랩 2021) 리뷰_월간미술 2021.3월호

    재난의 비경(秘境) 세상에는 재현이라는 예술의 숙명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방관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만드는 예들이 있다. 리오타르에게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었고 9·11테러와 아프간전쟁 이후 미국의 문화예술계는 마치 예술이 윤리의 하위 개념에 귀속된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불허했다. 윤리적 강박으로 예술의 존립 근거를 포기할수록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과 정치적 검열이 싹텄다. 예술에 있어서 재난의 Continue reading

  • 이진형 <비원향>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0) 리뷰_월간미술 2020.5월호

    untitled 냄새는 기억을 소환한다. 정체불명의 냄새가 코끝에 묻으면 무의식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토막난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만지던 흙, 더러워진 친구의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깨져서 흘리는 눈물의 짠맛 같은 것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성분인지도 알 길 없는 냄새는 선잠을 자며 꾸는 꿈처럼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흩어진다. 올해 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의 기금마련전이 시작되기 Continue reading